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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官)을 쳐다 보지 마라

  • 작성자

    황경규

  • 작성일

    2024.08.24 PM 22:03

  • 조회수

    632

파성 설창수 선생은 이렇게 말했다. ‘좋은 기획이 있다면 관(官)을 쳐다보지 마라. 민(民) 스스로 돈을 모아서, 민 스스로 해결해 나가라. 민중이 움직일 때 생명이 있다.’

관(官)을 쳐다 보지 마라

 

국립민속박물관이 한국민속을 집대성한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 밸런타인데이를 등재했다. 사전에는 ‘1990년대 이후 청소년들 사이에 매달 14일을 기념일로 정해 선물을 주고 받는 포틴데이(Fourteen Day)가 유행하고 있다. 그 가운데 특히 2월 14일의 밸런타인데이가 가장 중요한 기념일로 꼽히며 3월 14일의 화이트데이, 4월 14일의 블랙데이도 중요하게 여겨진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밸런타인데이가 이제 한국에서 어엿한 세시풍속으로 자리잡았다는 의미이다. 근데 여기에 대해 다양한 의견도 존재한다. 이른바 ‘OO데이’가 상술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정체불명의 기념일을 만들어 특정인을 대상으로 벌이는 마케팅이 도덕적으로 건전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일면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이외에도 빼빼로 데이, 삼겹살 데이, 자장면 데이를 비롯해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기념일이 있다. 사실상 매월 이러한 기념일을 챙기는데 드는 적지 않은 품이 든다는데 정작 문제다. 각종 기념일에 맞춰서 기념품을 사서 집에 가지 않으면 왠지 할 일을 다하지 못한 기분이 드는건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이런 정체불명의 기념일보다 지역의 역사·문화·예술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기념일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했다. ‘진주논개가락지날’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국적불명의 기념일이 홍수처럼 넘쳐나는 시대에 나라를 위해 몸을 던진 의기 논개의 의로운 정신을 되새기는 날을 제정한 것이다. 매년 8월 8일을 진주논개가락지날로 정했다. 

 

진주논개가락지날은 8월 8일로 정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의기 논개가 순국한 1593년 6월 그믐을 양력으로 환산해보면 8월 중순이 되어 ‘8월 8일’의 8월이 되었다. 그리고 8일은 진주논개가락지(반지 2개를 가락지라고 한다)의 모양을 본떠 정했다. 그렇게 8월 8일은 진주논개가락지날이 되었다. 

 

진주논개락지날 운영위원회를 결성했다. 지역의 젊은 청장년 30명이 뜻을 같이 했다. 비록 크지 않은 돈이지만 행사비 마련을 위해 회비를 냈다. 관(官)의 도움없이 민(民)의 힘으로 기념일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이러한 소중한 마음이 모여 마침내 2005년 8월 8일 「진주논개가락지날 선포 및 기념음악회」를 개최하면서 첫 발을 내디뎠다. 관(官)의 도움 없이 온전히 민(民)의 힘으로 진주를 대표하는 기념일을 제정한 것이다. 

 

진주논개가락지날에 대한 진주시민들의 관심은 매우 높았다. 자연스레 진주시 역시 예산지원 등의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진주논개가락지날 운영위원회는 온전히 민(民)의 힘으로 운영하고자 했다. 관의 도움을 받으면 재정적인 도움은 되겠지만, ‘순수 민간에 의해 운영되는 진주논개가락지날’이라는 평가가 더 필요했다. 지금도 후배들이 진주논개가락지날을 운영하고 있다. 감사하고 감사한 일이다.

 

최근에는 진주교방문화의 활성화를 통한 진주의 관광콘텐츠 개발에 관심을 두고 있다. 교방의 가무악(歌舞樂)과 시서화(詩書畵)를 비롯해 교방음식과 교방복식 등을 활용한 진주만의 교방문화 활성화를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이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진주교방문화에 대한 아젠다를 던진 지난 2019년에 비하면 지금의 진주 교방문화에 대한 인식은 상당히 개선된 편이다. 진주논개제의 주제가 교방문화로 정착되고 있다는 점만 봐도 매우 고무적으로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교방음식에 관심이 많다. 진주 논개제 기간에 ‘막전 한마당’을 기획하기도 했다. 이른바 ‘교방 막걸리 + 전(煎)’을 활용한 행사이다. 남해군의 독일마을 맥주축제와 전국적으로 개최되는 ‘치맥축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진주 고유의 문화인 교방문화에 정체성을 둔다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진주에는 막걸리의 주원료인 누룩을 제조하는 누룩공장이 있다. 그 역사만 해도 80년에 가깝다. 진주는 전국을 대표하는 막걸리의 고장이다. 그리고 교방음식 중의 하나인 전(煎)과 적(炙)을 활용하는 ‘대한민국 막전 한마당’을 개최한다면 진주를 홍보하는 좋은 콘텐츠가 될 것이다.

 

문제는 관(官)이 아닌 민(民)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민(民)의 힘으로 시작했던 ‘진주논개가락지날’의 성공을 감안한다면 ‘대한민국 막전 한마당’ 역시 민(民)의 힘으로 시작되어야 한다.

 

파성 설창수 선생은 이렇게 말했다. 

 

‘좋은 기획이 있다면 관(官)을 쳐다보지 마라. 민 스스로 돈을 모아서, 민 스스로 해결해 나가라. 민중이 움직일 때 생명이 있다.’

 

옳으신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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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장난 치세요?

지금 장난 치세요? 악조건 속에서도 굳세게 잘 자라는 식물이 있다. 근데, 하루는 쨍쨍 내리쬐는 햇볕에 두었다가, 열흘 동안은 서릿발 같은 냉골에 둔다면 자라날 길이 없다. 안 죽으면 그나마 천만다행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쩌다 한 번 날아든 희소식에 잠시 동안 희희낙락할 때가 있다. 근데 열흘 내내 치욕적인 흑역사만 써내려 가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도저히 버텨낼 재간이 없게 된다. 우울증에 걸려 세상과 등지지 않으면 그나마 천만다행이다. 근데 요상하게도 요즘 세상이 그렇다. 옛날과 달리 ‘살면서 어쩌다가 한 번 나쁜 일이 생기는 세상’이 아니라, ‘어쩌다가 한 번 좋은 일이 생기는 세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살이가 점점 팍팍해지고 있다는 넋두리가 점점 늘어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국시대를 살았던 맹자(孟子)는 ‘일일폭지(日日暴之) 십일한지(十日寒之)’라는 글귀로 당시 정치상황을 풍자했다. ‘내가 왕을 뵙는 때가 적으니 이것은 하룻 동안 햇볕을 쪼이는 것과 같고, 내가 물러 나오면 아첨하는 자들이 잡되게 나와 뵙는 날이 많으니 이것은 열흘 동안 차갑게 하는 것이다. 왕에게 선한 양심의 싹이 있다고 한들 내가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我見王之時少 猶一日暴之也 我退則諂諛雜進之日多 是十日暴之也 雖有萌蘖之生 我亦安能如之何哉) 하루 잠깐은 햇볕이 들었다 한들, 열흘 동안 계속 간신들의 차갑고 축축한 그림자가 정치의 하늘을 뒤덮고 있다면, 국민들이 어찌 행복한 삶을 꿈꾸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그렇잖아도 힘든 삶과 힘겨루기를 하는 판에 정치마저 희망보다는 절망의 그림자가 더욱 짙으니 더욱 그러하다. 정치 이야기야 며칠 밤을 세우면서도 할 자신이 있다. 다만 건강을 생각해서 자제할 뿐이다. 무려 2,000년 전 맹자의 말씀을 지금 되새겨 보면, 참 세상 안 변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서민들의 삶이 지금이나 그때나 얼마나 달라졌는지 돌아보자. 과연 누구의 잘못 때문인가. 그런데 현실 정치는 여전히 간신들이 득세하고 있고, 서민들의 삶은 여전히 퍽퍽하다. 그래서 어떤 정치인은 선거에서 이렇게 말했다.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오래전 이야기이다.당시 선거판에서 엄청난 유행이 되었다. 동네 꼬마 녀석들도 ‘살림살이 좀 나아졌습니까’라고 조롱을 하고 다녔으니 말이다. 그 살림살이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다시 한번 자문자답해 본다. ‘그래 살림살이는 좀 나아지셨습니까?’ 고사성어(故事成語)인 ‘지록위마(指鹿爲馬)’를 생각해 본다. 온갖 거짓말들이 진실의 탈을 쓴 채, 세상을 횡행(橫行)했다. 꽤 오래된 일이지만, ‘담뱃값 인상은 세금 때문이 아니라 국민건강을 위해서다’ ‘56조 부채는 남겼지만, 자원외교 실패는 아니다’ ‘정치개입은 맞지만 선거개입은 아니다’ 등등이다. 요즘 세상이라고 크게 달라진건 없다. 여전히 ‘거짓말 천국’을 양산해 내고 있다.지금 국민들은 헷갈린다. 무엇이 사슴(鹿)이고, 무엇이 말(馬)인지 말이다. 그런데 이 애매모호한 문제는 이 사람에게 물어보면 명쾌하게 해결된다. 바로 대한민국의 도덕(道德) 교과서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초등학생이다. 아마 물어보면 눈꼬리를 치켜 올리며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지금 장난치세요?’ 이렇게 아이들도 정확하게 아는 세상을 어른들만 모른척, 부하뇌동하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들의 시간들이 썩은 미소를 날리며 우리 곁을 지나가고 있다.

  • 2024-08-24
  • 작성자

    황경규/진주평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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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뭐라카데, 나는 안되는기라

내 뭐라카데, 나는 안되는기라 아주 오래전의 이야기다. 일본인 양조장 머슴으로 일하던 떠꺼머리 총각이 해방이 되면서 주인이 일본으로 도망가는 바람에 양조장을 물려 받게 됐다. 갑자기 머슴에서 주인으로 격상된 이 총각, 그날 이후부터 어느새 지역의 유지가 되어버린 자신을 발견하고는 거들먹거리고 다녔는데, 어느날 걱정거리가 하나 생겼다.지역유지랍시고 동네 하나뿐인 학교 졸업식에 축사를 해달라는 의뢰가 들어온 것이다. 막걸리는 동네사람 취할 만큼 줄 수 있는데, 그것 만은 안된다며 극구 사양했지만, ‘지역의 어른이 한 말씀 하라’는데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다. 아는 건 막걸리 만들고 술 찌꺼기 팔아먹는 재주밖에 없는지라. 그렇다고 지역유지 체면에 원고 써달라는 얘기는 차마 못하겠고.달랑 하나 있는 자식 놈은 유지 아들 행세하느라 주색잡기는 천하제일이라 자부하건만 자신보다 더 까막눈이더라나. 날은 점점 다가오고, 뽀죡한 방법은 생각안나니 죽을 맛인데.하루 이틀 시간은 가고 드디어, 졸업식 날 아침. 이 양반 차림새 보소. 말쑥한 양복을 한 벌 걸친 것까지는 좋았는데, 긴장 푼답시고 아침부터 막걸리 두어 사발 들이키고는 털레털레 식장에 턱 들어서니. 웬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몰려들었는지, 그리고 왜 자기만 바라보고 있는지 얼굴이 화끈거리고 눈앞이 캄캄했다나.오랜만에 매 본 넥타이를 고쳐잡고, 연단위에 올라선 이 양반 하는 말.“봄 햇살은 땡땡 내려 쬐도 막걸리는 안 팔리지요”부터 시작해서 횡설수설하더니 급기야는 “김일성 만세, 이승만 죽일 놈”에 까지 갔더라나. 졸업식에 참석해 느긋한 눈으로 축사를 듣고 있던 순사 나리, 눈이 휘둥그레 지더니, 당장 수갑부터 덜컥 채워 끌고 가는데...순경에게 끌려가던 이 양반 하는 말. “내 뭐라카데, 나는 안되는기라”한때 ‘5도 10적’이라는 말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자신의 위치에서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부를 쌓고 다시 이를 이용해 권력을 사고, 또 성실히 살아가는 이들을 자신의 휘하에 둘려는 자들을 이름이다. 굳이 찾는다면 지금도 5도 10적에 해당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거이다. 그리고 아직도 우리 곁에는 자신만의 성을 굳건히 쌓고 그 휘하에 모든 이를 두려는 사람들이 많이 남아 있는 것 같다. 세상살이가 너무 척박해 그런가. 아니면 사람이 원래 척박한건지. 그러다가 마지막에 꼭 이렇게 말한다. “내 뭐라카데, 나는 안되는기라”

  • 2024-08-24
  • 작성자

    황경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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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거지들

누군가가 ‘떨거지’라고 부른다면, 일단 얕잡아 보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틀림없다. 무리에 기생하며 사는 이들에게 인간의 존엄성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으니 당연한 것 아닌가. 더러는 양심과 영혼까지 팔아먹는 짓을 서슴치 않으니, 실로 이보다 더한 인간군상이 어디 있겠는가? 시쳇말로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맹목적인 진리가 자신에게만 해당되는 것인 양, 설레발은 치지 말자. 이 모진 세상에 안 그런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갑질만 일삼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떨거지들의 특성은 동네 양아치들의 ‘오로지 충성’ 같은 맹목적 복종 혹은 ‘알아서 기는’ 노예근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 앞 뒤 구분 못하고 주인에게 오로지 복종하는 것이 주인을 죽이는 일인지도 모르는 무지(無知)함과 손이 발이 되도록 비벼대며 아양을 떨지 않으면 존재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이에 해당한다. 공자가어(孔子家語) 육본편(六本篇)을 보면 ‘은(殷)나라 탕(湯)왕과 주(周)나라 무왕(武王)은 곧은 충신이 있었기 때문에 번창했고, 하(夏)나라의 걸(桀)왕은 맹목적으로 복종한 신하들이 있었기 때문에 멸망했다.’는 글귀가 있다. 충견(忠犬)은 절대로 주인을 물지 않는다. 꼬리치며 알랑거리는 똥개(糞犬)가 주인을 물기 마련이다. 떨거지를 가려내는 지혜가 있어야 나라도 기업도 번창할 수 있다. 떨거지들은 가라.

  • 2024-08-24
  • 작성자

    황경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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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줍기

희망줍기 사람은 본디 가벼운가, 무거운가. 골치 아픈 물음이다. 사실 깃털과 풍선의 경중을 가리는 일이라면 고민할 필요는 없다. 하늘 높이 던져 보면 쉽게 해결 될 일이 아닌가. 근데 사람의 일은 좀 다르다. 낭떠러지 아래로 밀어 구해낼 답이 아니기에 그렇다. 지금에야 자문해 본다. 가벼운가, 아니면 무거운가. 깃털 같은 가벼움을 직감한다. 아니, 개울가 댑싸리 사이를 오가는 송사리 같음이 맞다. 요리 몰리고 조리 몰리며 먹을 것만 찾았다. 잠시도 가만있질 않았다. 해가 저물도록 움직였다.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으로 말이다. 새삼 곱씹을 필요도 없다. 새해 아침마다 꿈꾸었던 행복의 모양새가 어땠는지 말이다. 권태 탓이다. 어쩌면 쉽게 잊어 먹은 까닭이다. 돌이켜 보건대, 마음에 새긴 먹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가벼움으로 온 몸을 부르르 떨지 않았는가. 진정 무던히도 참고 인내하는 법을 그동안 배우긴 한 건가. 지금에 와서 나 자신의 변덕과 분열을 설명할 길이 없다. 분한 것은, 그 변덕스러운 감정 사이를 어떤 서투른 글로도 서술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더한 것은 마음의 흩어짐을 끝내 다잡을 수 없었던 초라함이다. 끝내 지키지 못하고 무심히 세상에 내어주지 않았던가. 사실은 꿈 단지가 턱없이 컸음이다. 그랬기에 한꺼번에 담으려 했고, 많은 것을 담으려 했음이다. 담으려 욕심낼 수록 오히려 채워지지 않는 것이 꿈 단지인 것을 정녕 몰랐던 탓이다. 그리고 마음 한구석의 꿈 단지에 공백이나 다름없는 지난 세월의 부끄러움이 가득 차 있음을 본다. 진정 가벼웠음이다. 이제야 땅을 갈고, 이랑을 만들어야 할 마음의 밭이 너무도 많이 남아있음을 깨닫는다. 새해에는 그 밭을 일굴 내 몫의 쟁기 하나쯤은 챙겨두리라. 듬직한 황소 한 마리와 뿌릴 씨앗도 넉넉히 준비할 참이다. 꿈 단지를 이대로 비워둘 수만은 없지 않은가. 애오라지 희망으로 가득 채울 것이다. 아무것도 기대할 것 없고, 더 이상 허리띠를 졸라 맬 여력이 없는 어려운 세상이기에 더더욱 흘러 넘치도록 채우리라. 그토록 가벼웠기에 이토록 텅텅 비어 있지 않는가. 그랬기에 이처럼 절망의 시대를 부여안고 살고 있지 않는가. 뒤돌아볼 수 없는 곳에 무언가를 두고 왔다해서, 넋 놓고 후회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것, 아무리 애를 써도 가질 수 없는 것 한 가지씩 갖고 사는 게 사람의 일이 아니던가. 단지 때로는 희망으로, 때로는 절망으로 다가올 뿐이다. 희망을 기다리며 다시 자문한다. 가벼운가, 무거운가.

  • 2024-08-24
  • 작성자

    황경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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