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ok of 진주 장일영 작가 / 진주지역 방언집
○ 오늘은 진주지역 사람들의 체온과 숨결, 그리고 얼이 배어 있는 진주의 방언 모음집인 장일영의 『진주지역 방언집』을 소개해 주실텐데요, 먼저 작가와 책에 대한 소개부터 좀 해주시죠? ▶ 장일영 작가는 경남 하동 옥종에서 태어나 북천에서 밤학교를 운영 ‘인간 상록수상’을 받았습니다. 경남일보 특집부 차장 재직시절 언론통페합으로 물러난 뒤 진주상공회의소 조사과장과 사무차장을 지냈습니다.경남일보가 다시 복간되면서 논설위원을 비롯해 문화특집부장, 정경부장, 사회부장, 편집부국장을 거치며 언론계에서도 큰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지금은 진주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문화관광해설사로 진주를 대내외에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장일영의 『진주지역 방언집』은 진주지역에서 쓰였거나 아직까지 버리지 않고 사용하고 있는 소박한 방언 2,700여 어휘를 모아 놓은 진주만의 방언사전입니다. 장일영 작가 ○ 사실 오늘날 방송은 물론이고 교육현장에서도 방언의 사용보다는 표준어 사용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한편으로는 의사소통의 편의를 넘어선 고정된 언어의 사용을 강요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습니까? 이 책이 나오게 된 어떤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 방언은 지역사람들이 누려온 정신문화의 특수성과 보편성 그리고 정체성이 배어 있는 문화유산입니다. 단순히 의사전달의 방편이나 소통의 수단이 아니라 문화를 창조하는 가교로서 지역의 통합과 결속을 다지는 매개체인 것입니다. 따라서 방언은 지역의 정신문화를 가꾸고 꽃피우는 기본적 자산으로서 전승되어야 마땅한 일입니다.하지만 정작 문제는 이러한 인식에는 뜻을 같이 하고 있지만 선뜻 이 쉽지 않은 일에 나서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작가 장일영은 이러한 점에 주목했습니다. 무엇보다 세월이 흐른 뒷날을 위해서라도 이렇게라도 모아두지 않으면 영영 사라져 버릴 것 같은 위기감과 함께 잊고 지낸 전래의 말살이를 계승하고자 하는 지역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 먼저라는 것이 급한 마음을 부추겼던 것입니다. 하지만 장일영 작가는 표제어로 삼은 방언에 대해 일일이 뜻풀이를 하면서 다양한 용례를 제시하는 사전적 체계를 갖추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지만, 이 분야에 뜻을 가진 분들의 연구가 곁들여 지는 것이 바람직스럽다는 생각을 머리말에서 피력하기도 했습니다.아무튼 이 책은 진주사람들로부터 지대한 관심과 주목을 받으면서 진주의 몇 안되는 베스트 셀러에 오르기도 했던 책입니다. ○ 사실 진주지역의 경우에는 지금은 많이 알려진 ‘에나가’라든지, 동네어른들에게 많이 들었던 ‘아이구 싸개라’ 같은 진주지역 특유의 방언도 있지 않습니까? 아마 진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분들이라면 이 책에 소개된 방언들을 보고 듣게 되면 많이 반가우실텐테요, 잊고 지낸 추억을 떠올리는 차원에서 친숙한 방언들을 소개 좀 해주시죠? ▶ 아마 진주에서 나고 자란 분이라면 어릴적 학교에서 글짓기를 하거나 일기를 쓸 때 늘 쓰던 방언 때문에 난감해 하셨던 분들이 많으셨을 겁니다. 당시의 생활언어 자체가 방언 그 자체였기 때문입니다.이를테면 글을 배우면서 ‘정지’가 부엌이고, ‘부석’이 불을 때는 ‘아궁이’인줄은 알았지만 방안의 바람벽을 말하는 ‘베릉빡’이나 횟대를 말하는 ‘줄대불’은 알 도리가 없어 표준어로 옮겨 쓸 수가 없었던 기억이 새록새록합니다.노는 것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봄 날 뒷동산에 올라 ‘삐삐’ 즉 삘기를 뽑아 먹거나 갓 물이 오른 소나무가지를 꺾어 ‘송구’ 즉 송기를 벗겨 먹다 싫증나면 냇가에서 ‘빤대치기’ 즉 물수제비 뜨기를 하고 놀았을 때에도 난감하기는 매한가지였습니다. 물론 나무하는 지게에 거는 발채인 ‘옹구발’을 얹어 땔감으로 ‘갈비’ 즉 솔가리를 검어 온 날도 예외일 수 없었습니다.아마 지금 5-60대 이상이면 동네사람들이 나누어 낸 돈이나 곡물로 음식을 장만해 나누어 먹는 ‘데리’나, 이 사람에게는 저 사람 말을, 저 사람에게는 이 사람 말을 좋지 않게 전해서 이간질을 시키는 ‘소드레’ 라는 말을 잘 아실겁니다.그렇지만 20대 후반이나 30대는 식당에서 즐겨먹던 ‘소풀’과 ‘정구지’를 ‘부추’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아마도 한참 나중의 일이었을 겁니다.방언이라는 말 자체가 그야말로 표준어와 다른 어느 지역의 특수한 말만을 지칭하는 것이지만 진주 말에만 쓰이는 사투리가 적지 않습니다.가장 대표적인 말로 ‘에나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참말로, 정말, 진짜’ 등의 뜻을 가진 말로 지금은 잘 알려져 있지만, 참말이냐? 진짜냐? 정말이냐? 등의 표준어로 억지로 꿰맞추면 고유의 말맛이 달라지는 특징을 갖고있는 말이기도 합니다.‘싸개라’라는 말도 듣는 자리에 따라 ‘많다’ ‘대견하다’ ‘고맙다’라는 뜻으로 쓰이지만 표준어에서 딱 들어맞는 어휘를 찾아내기 쉽지 않습니다.이외에도 정겨운 진주방언들이 있습니다. 깨끗하다는 뜻인 ‘칼칼타’와 더럽다는 뜻인 ‘쑥쑥다’ 그리고 맞다 됐다 그것이다 라는 뜻을 가진 ‘기다’, 아주․전혀 라는 뜻을 가진 ‘상구’, 아무렴․그래 라는 뜻을 가진 ‘하모’ 등은 진주지역 밖에서는 잘 듣기 어려운 속절없는 진주방언입니다.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자주 들으셨을 겁니다. ‘네가 글쿤께 내가 글 쿠제, 네가 안 글 쿠모 내가 글 쿠것나’ 이 말의 뜻은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내가 그렇게 말하지, 네가 그렇게 말하지 않으면 내가 그렇게 말하겠느냐’라는 뜻입니다.그리고 쓰임새가 특이한 ‘문디’라는 말은 좋고 나쁨에 관계없이 허물없이 두루 쓰이는 진주 말이기도 합니다. 이 말은 표준어로는 ‘문둥이나 한센병 환자’라는 뜻으로 쓰이지만 진주에서는 가까운 사이일 경우 ‘문디야’ 또는 ‘문디 아이가’라는 식의 호칭과 반가움의 표시에서부터 ‘문디거치 됐다’처럼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는 뜻으로 쓰이기도 합니다.현재 방언은 소수민족들이 언어를 잃어가는 것과 같은 운명에 놓여 있습니다. 길을 잘못 들어선 국어정책에다 대중매체의 발달 특히 인터넷의 급속한 보급으로 방언의 소멸속도 역시 급속도로 빨라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주 방언은 진주의 토양에서 진주사람들이 오랜 세월 가꾸고 꽃 피운 정신문화의 뿌리입니다. 따라서 진주방언은 더욱더 소중히 지켜나가야할 진주의 문화유산이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가족들이 오순도순 모여 이 책을 펴놓고서 옛날의 아스라한 추억들을 떠올리는 재미를 느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진주사투리사전 ○ 고전의 향기도 소개해 주시죠? ▶ 채근담에 이런 글귀가 있습니다.‘좁은 길에서 한 걸음 멈추어 양보를 하고 맛좋은 음식이 있을 때는 조금이라도 나누어 주어서 맛보게 하는 것이 세상을 즐겁게 살아가는 하나의 방법이다.’ 어려운 때일수록 나 자신보다는 주위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나누는 삶을 사는 지혜를 가지라는 뜻인 것 같습니다.
- 2024-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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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황경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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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523
Book of 진주 윤영수 작가 / 불패의 리더 이순신, 그는 어떻게 이겼을까
○ 오늘은 윤영수 작가의「불패의 리더 이순신, 그는 어떻게 이겼을까」라는 책을 소개해 주실텐데요, 작가 소개부터 좀 해주시죠? ▶ 윤영수 작가는 경남 진주 출신으로 대아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지금은 방송작가와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KBS대하사극 <불멸의 이순신>의 기획 및 대본 작업에 참여했으며, KBS 역사기획 <역사의 라이벌> <역사 스페셜> <환경스페셜>, MBC <가야의 집> <나비의 꿈-윤이상> EBS <역사극장> 등을 집필하며 역사 및 시사 다큐멘터리 작가로서 명성을 쌓고 있습니다.소설로는 장편 역사소설 <광야에서>가 있습니다. ○ 지난 2004년 KBS에서 불멸의 이순신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하면서 이순신과 관련된 책들이 많이 쏟아져 나왔는데요, 그중에서도 이 책은 이순신의 리더십을 통해 본 경영전략서를 표방한 책이라구요? ▶ 김훈의 <칼의 노래>가 이순신의 인간적인 고뇌에 초점이 맞추어진 책이라면 윤영수 작가의 이 책은 어떻게 하면 적을 이길 수 있을까에 집중된 책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이 치른 전투를 드라마틱하게 복원한 이 책은 전쟁의 준비와 전개과정, 그리고 치열했던 전투를 마치 눈 앞에서 보듯이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특히 다큐멘터리 작가답게 다큐기법을 가미해서 어떻게 23전 23승의 불패 신화를 이루었는지와 어떤 필승의 전략과 용병술을 사용했는지, 그리고 그것을 이룬 리더의 마인드가 무엇인지를 면밀하게 기술하고 있습니다.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은 압도적인 카리스마와 치밀한 전략으로 절대 열세의 불리함을 딛고 전승(全勝)의 신화를 이룬 리더 이순신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습니다.작가는 머리말에서 이순신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습니다. ‘그의 승리는 역사보다 신화에 가깝다. 그는 결코 져서는 안되며, 질 수도 없는 인물이다. 나라를 위기에서 구한 인물, 강대한 적을 맞아 신출귀몰한 전략과 전술로 수십 번의 해전을 이겨낸 인물, 그래서 세계 해전사에 빛나는 인물이 되었으며 민족의 영원한 귀감이 된 인물이다.’윤영수 작가는 이처럼 탁월한 전략 전술가로서의 이순신 역시 매력있는 인물이지만, 그가 전투를 치를때마다 지녔을 생각, 전투에 임하는 자세와 고민에 대해 관심을 가졌습니다.따라서 이 책은 이순신이 승리로 이끌었던 해전의 상황을 마치 소설처럼 구성하고, 각각의 전투마다 이길 수밖에 없었던 작전의 포인트를 짚어 오늘에 적용할 수 있는 매뉴얼로 만든 점이 특징이고, 아군과 적군의 무기에 대한 설명과 사진, 동서고금의 역사에서 인용한 다양한 전술의 사례 등을 함께 엮어 재미를 더해주고 있습니다.이 책에서는 이순신의 해전중에서 원균의 칠천량 패배를 포함해 모두 17전의 해전을 다루고 있습니다. 첫 해전 옥포에서부터 비장의 신무기 거북선이 최초로 등장한 사천해전, 학익진(鶴翼陣)으로 잘 알려져 있는 한산대첩과 백의종군하는 가운데 진주땅 수곡에서 삼도수군통제사 직첩을 받고 12척의 전선으로 승리를 일군 벽파진 해전과 필사즉생(必死則生) 필생즉사(必生則死)의 정신으로 기적같은 승리를 일군 명량대첩, 그리고 이순신이 전사한 임진왜란 최후의 전투인 노량해전의 생생한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세계적인 명장 이순신, 그의 생각을 읽는 것이 어쩌면 400년 후의 우리가 이순신을 가장 친밀하게 만나며, 또한 우리가 이순신을 만나야 하는 진짜 이유라는 작가 윤영수는 16세기 이순신의 전술을 21세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인생전략으로 삼는다면 우리는 훌륭한 조상을 가장 행복하게 만나는 후손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그리고 작가는 이 책을 대하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위기와 좌절 앞에서 다시 일어서는 용기를 갖게 되면 좋겠다는 바람도 적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적어도 장군의 생애가 우리들의 생애보다 훨씬 더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라고 작가는 진지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 요즘 서점가에 가면 자기계발서가 베스트셀러를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데, 자기계발서의 한계에 대한 지적도 적지 않죠? ▶ 요즘 서점에 가면 성공을 보장한다는 많은 자기계발서들이 나와 있습니다. 이런 책들은 글로벌 리더들이 어떻게 행동했기에 탁월한 성공을 이룰 수 있었는지를 주로 다루고 있고, 이렇게 화려한 이론들로 무장된 책을 보면서 독자들도 ‘나도 저렇게 행동해야지’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하지만 이들 책들이 제시하는 자기계발은 다소 표면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탁월한 행동 방침을 뒷받침하는 ‘사고’를 제시해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왜 그들은 그렇게 행동했는가’라는 의문에 대해 시원하게 답을 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부분을 자기계발서의 한계라고 말하기도 합니다.그리고 일부 평론가들 중에는 이같은 자기계발서들은 독서의 범주에 넣을 수 없다는 독설에 가까운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권유익(開卷有益) 즉 ‘책을 펴기만 해도 이익이 있다’는 격언처럼 이런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점을 말씀드리면서 윤영수 작가의 이 책은 일반적인 자기계발서가 갖고 있는 ‘사고(思考)’의 부재를 보완한 자기계발서 혹은 경영전략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져 봅니다. ○ 이번 주 고전의 향기도 소개해 주시죠? ▶ 관자(管子) 제자직편(弟子職篇)에 보면 다음과 같은 말이 있습니다.「弟子職曰(제자직왈) 先生施敎(선생시교)어시든 弟子是則(제자시칙)하여 溫恭自虛(온공자허)하여 所受是極(소수시극)이니라.」뜻을 풀어보면 ‘선생이 가르침을 베푸시거든 제자는 이를 본받아 온순하고 공손하며 스스로 겸허하게 하여 받은 바를 극진히 해야 한다’라는 뜻입니다.관자는 더 나아가 ‘아침에 더 배우고 저녁에 익혀 마음을 조심하여 공경히 할 것이니, 이에 한결같이 하여 게을리 하지 않음을 공부 즉 배우는 법’이라고 했습니다.이른바 공교육이 무너지고, 교권이 땅에 떨어진 지금을 생각해 보면, 공부하는 우리 아이들이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를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입니다.
- 202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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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황경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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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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