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전의 향기 큰 시련을 겪어야 나중에 크게 쓰인다(孟子 告子章句 下 15章)
○ 자, 오늘 고전산책은 어떤 내용입니까? ▶ 오늘 소개드릴 맹자의 고자장구에 나오는 이 구절이 가슴에 남는 것은 최근의 경제위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세계 금융위기로부터 시작된 최악의 경제상황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누구를 막론하고 겪지 않으면 안되는 어려움이기도 합니다.그런데 대한민국의 가장들을 정작 힘들게 하는 것은 바로 청년실업 문제이기도 합니다. 특히 험난한 세상에 맨 몸뚱이로 내던져지는 청년실업자들의 아픔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오는 것은 남의 일이 아닌 바로 우리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과 같은 시절이 계속 이어진다면 머지 않아 우리의 아이들에게도 닥칠 일이지만, 우리 애들은 아니겠지 하는 위안을 삼기에는 지금의 세태가 너무 어렵습니다. 오늘 황경규의 고전의 향기에서는 ‘큰 시련을 겪어야만 나중에 크게 쓰인다’는 맹자의 말을 전해드리면서 이 시대의 아픔을 함께 보듬고 살아가는 서민들과 청년실업자들의 시련과 힘든 삶이 꼭 보답받는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 맹자가 말하는 ‘큰 시련을 겪어야만 나중에 크게 쓰인다’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소개를 좀 해주시죠? ▶ 맹자는 먼저 중국의 여러 현인들 중 6명을 예를 들어 말하고 있습니다. 먼저 명군으로 알려진 중국의 신화 속 군주인 순임금은 역산이라는 곳에서 밭을 갈다가 요임금에게 등용이 되었고, 부열이라는 사람은 제방을 쌓는 사람이었지만 은나라 22대왕인 무정에게 등용되었습니다.그리고 교격이라는 사람은 난리를 만나 어물과 소금을 팔고 있었는데 문왕이 등용을 했고, 관중은 옥에 갇혀 있었는데 환공이 등용했으며 손숙오라는 사람은 바닷가에 은거하고 있었는데 초장왕이 등용했고, 백리혜라는 사람은 시장에서 등용되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들 현인들은 비록 자신이 처해 있는 위치는 천하고 보잘 것 없었지만 스스로를 닦아서 선현들의 지혜와 업적을 배우고 덕을 쌓아 입신을 이룩한 사람들입니다. 이어 맹자는 이들 현인들의 예를 든 다음에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한 구절씩 풀어보겠습니다. 天將 降大任於是人也(천장 강대임어시인야)인댄- 하늘이 장차 큰 일을 어떤 사람에게 맡기려 할 때는 必先 苦其心志(필선고기심지)하며 - 반드시 먼저 그 마음을 괴롭히고 勞其筋骨(노기근골)하며 - 그 몸을 지치게 하고 餓其體膚(아기체부)하며 - 그 육체를 굶주리게 하고 空乏其身(궁핍기신)하야 - 그 생활을 곤궁하게 해서 行拂亂其所爲(행불란기소위)하나니 - 행하는 일이 뜻과 같지 않게 하니 所以動心忍性(소이동심인성)하야 - 이것은 그들의 마음을 움직여서 그 성질을 참게 하여 曾益其所不能(증익기소불능)이니라 - 일찌기 할 수 없었던 일을 더욱 하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人恒過 然後(인항과연후)에 - 사람은 언제나 과오를 저지른 뒤에야 能改(능개)하나니 - 능히 고칠 수 있으니 困於心(곤어심)하며 - 마음에 곤란을 당하며 衡於慮而後(형어려이후)에 作(작)하며 - 생각대로 잘 안된 뒤에야 분발하고 徵於色(징어색)하며 -얼굴빛에 떠오르고 發於聲而後(발어성이후)에 喩(유)니라 - 음성에 나타난 뒤에야 깨닫게 된다. 연후(然後)에 知生於憂患而死於安樂也(지생어우환이사어안락야)니라-그런 뒤에야 사람은 우환에서 살고 안락에서 죽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맹자의 이 말은 분명 뜻을 잃은 사람에게 용기와 신념을 심어주는 글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실의를 극복하고 새로운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능동적으로 행동하게 하는 힘을 분명히 갖고 있습니다.맹자가 말한 대임에는 좌절하거나 절망에 빠진 사람의 마음을 분발시켜 극복의 의지를 심어주는 시대를 초월하는 강력한 힘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고난과 시련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서 오히려 역전의 계기로 삼게 함은 물론이고 고통과 피곤함과 배고픔과 궁핍함의 참다운 가치를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따라서 참다운 능력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난관을 극복하면서 얻어지는 것이면서, 뜻있는 인내만이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을 말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시련과 역경을 극복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정신적 깨달음이 바로 성공을 약속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하늘이 '능력을 증대시켜 주기 위한' 배려는 참으로 가혹합니다. 궁핍과 질병, 나아가 하는 일마다 방해하여 좌절과 절망의 수렁으로 몰아 넣은 뒤에야 비로소 대임(大任)을 허락하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맹자는 이 구절을 통해서 극한의 고통, 절망의 정점에서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것이며 주어진 장애 앞에 무릎을 꿇는 사람은 이미 희망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맹자의 이 구절은 세상이 살기 어려워질수록 많은 사람들에 의해 수없이 인용되고 회자되고 있습니다. 학창시절, 급훈이든 좌우명이든 간에 자주 접했던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라는 말처럼, 시절이 어려웠고 그러한 역경을 극복하려는 의지 때문에 당시에는 이러한 글들이 가슴에 와 닿았던 것 같습니다. 맹자 이외에도 채근담에서는 복구자(伏久者) 비필고(飛必高)라 해서 ‘오래 웅크린 사람이 높이 난다’고 하면서 어렵고 힘든 처지에 놓여 있는 사람들에게 힘을 북돋아 주었습니다.동진시대 명장인 도강(陶剛)이라는 사람은 ‘성인도 촌음을 아끼는데 범인은 마땅히 분음을 아껴야 한다’며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자기수양에 힘쓰기를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고 권면했습니다. 큰 시련을 겪어야만 나중에 크게 쓰인다는 맹자의 이 말이 절망적인 시기를 보내고 있는 이 시대의 모든 사람들에게 작지만 소중한 위안의 말이 되고, 어려운 가운데서도 스스로 몸을 닦아 자신의 그릇을 크게 만들어서, 머지 않는 미래에 크게 쓰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가져 봅니다.
- 2024-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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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황경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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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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